126. 曹溪山仙巖寺 大覺國師重創建圖
18C말~19세기초 紙本淡墨 세로 103 가로 61
<조계산선암사(曹溪山仙巖寺) 대각국사중창건도기(大覺國師重創建圖)>는 대각국사(1055 -1101)에 의한 선암사 중창 당시의 가람의 배치와 그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사료로 현존하는 몇 안 되는 가람도 중 하나다.
지도 상단 좌우에 대칭적 구도의 화기는 그 조형적 미와 여백을 잘 활용하여 적고 있는데 오른쪽의 화기는 선암사를 둘러싼 주요 지명과 그 위치를 전통적 방위법으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한편 왼쪽의 화기는 당시의 사찰 규모를 법당(法堂) 13동(棟), 전사(殿舍) 12동(棟), 요방(寮房) 26동(棟), 산암(山庵) 19개소(個所)라 적고 있어 당시의 사찰 규모를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양 보탑(寶塔), 철불(鐵佛), 3부도(浮屠) 등 당시 주요 사찰 유적을 비교적 자세히 적었는데, 지도 중앙의 중층 건물을 현재 통용되는 대웅전이 아닌, 미륵전(彌勒殿)이라 표기한 점이 주목된다.
지도의 전체적 구도는 조선후기 회화식(繪畵式) 지도에서 흔히 나타나는 개화식 구도로, 외백호(外白虎), 내청용(內靑龍) 등 조선시대 풍수에 주로 쓰이는 전통 24방위법을 사용하여 사찰건물의 지형적 위치를 나타내고 있다. 건물의 위치를 용이하게 나타내기 위해 각각의 건물을 사방으로 펼친 모습으로 나타내지 않고, 사찰 밖 일부 암자 묘사를 제외하고는 군집을 이룬 건물들 간의 구성관계를 비교적 근대적 시점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한편 사찰을 둘러싼 산과 물의 자연적 요소들과 사찰이라는 인공적 영역이 서로 얽혀 들어가는 집합적 관계가 잘 드러나고 있어 참다운 조형적 가치를 꿰뚫어 본 안목이 돋보인다.
묘사방법에 있어서는 산세의 맨 바깥 테두리를 개화식으로 간단한 선묘로 표현한 반면, 선암사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근처 산세는 아래서 위를 바라본 현실적 시점을 비교적 충실하게 나타내었다. 각 산봉우리마다 뭉툭한 독필과 마른 갈필을 반복해 명암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채색지도가 아닌 담묵의 묘미를 소박하게 살리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19세기에 유행했던 민화풍(民畵風)을 가미한 지도로, 선암사 주위의 상수리나무, 동백나무 등을 묘사한 수기법(樹枝法)은 물론, 이렇다할 준법 사용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는 회화적 장식을 최소하고 수맥과 지맥의 흐름을 강조하여 풍수의 대상을 강조하는 산도(山圖)형식을 바탕으로 이전에 전해진 대각국사중창건도기가 너무 낡아서 새로 중건된 건물이나 석조물을 추가하여 선암사에 소속되었던 화승(畵僧)이 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산도형식의 지도제작은 조선후기 특히 19세기에서 20세기초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그림에 묘사된 선암사의 여러 전각의 묘사 시점(視點)이나 방법, 등장 소재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할 때, 지도의 제작 시기는 19세기 초로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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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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