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용스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종정예하에 비해서 다소 구부정한 허리가 맘에 들진 않았지만(ㅎㅎ) 인상적이었습니다. 앉아 계실 때 약간 좌우로 미동이 있으신 것도 불만이었습니다만 좌우를 포용할 수 있는 모습으로 비치었습니다.

일천하고
한없이 부족한 중생입니다만
선암사를 찾았던 한 일원으로서 스님의 취임사를 보고 감히 글을 올립니다.

화합을 강조하신 대목은 너무나 적절하십니다.

누가 정의로우냐, 부정한가를 재다가는 싸움은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절간의 피도 눈물도 없는 편 싸움이 적이 이해가 갑니다만 그래도 부처님의 대자비가 살아 숨쉬는 도량을 만들기 위한 자기 희생과 양보가 전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겠습니까?

스님께서
먼저 자기 희생의 선두에 서시리라 믿습니다.

서로가 자기 자신을 먼저 되돌아 보고, 생각하여
자신의 부족한 점을 먼저 헤아리게 되면
자신을 먼저 부끄러워 하고,

서로가 자기 자신을 먼저 부끄러워 하게 되면 함께 부끄러워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서로를 위로하는 화합의 마음이 싹트지 않겠습니까.

국사도량 - 선암사에서 그런 기운이 싹튼다면
태고종, 나아가 불교, 더 나아가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 만방에 좋은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에 저는 대웅전 등 건물복원보다는 불도량의 기운을 쇄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참회 - 기도 - 국사 도량으로서의 기틀을 닦는 것입니다. 한국불교의 역사적 오점은 스님들의 자기 참회가 아닌, 상대의 잘못을 공격하는 개혁의 징소리를 울린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속의 정치판 행태와 너무 비슷한 방식으로 개혁을 단행했기에 소수 정예(?)의 이름만 남았지 불교의 저변은 오히려 약화되었습니다. 불자의 확대를 가져오지 않은 개혁은 독선이며 실패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화합의 기치를 내건 스님의 취임사는 너무나도 시의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사료됩니다. 진정한 참회도량으로서의 쇄신의 기운이 조계산을 넘친다면 중생들은 천년고찰 선암사의 풍광을 구경하기에 앞서 살아 숨쉬는 부처님의 영광과 그 영광을 만들어 가는 스님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하여 선암사를 찾을 것입니다.

어렵겠지만 생각만 하여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칫 조계종에 눌려 자기비하의 늪에 빠져 있는 선교양종, 중도와 포용의 진리를 전통으로 하는 태고종의 본산, 선암사(미천한 저의 눈에 그렇게 비치었음)가 웅지를 펴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한국불교의 진정한 적자의 위상을 다시 되찾는 태고종의 르네상스, 나아가 태고종 승려가 주도하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부흥을 꿈꿀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지 않습니까.

부족함도 많고 비판의 여지도 많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선암사의 엄연한 역사, 제대조사의 사라질 수 없는 정신...일본의 한 스님께서 반성과 참회의 여정에 왜 선암사를 넣었겠습니까.

선암사에 계신 모든 스님 여러분께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계십니다. 소박하고, 진실되고,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고 계십니다. 그 정도 되는 사찰에서 까만 세단 안 굴리는 절이 과연 한국에서 몇 곳이나 됩니까. 유력 정치인이나 재산가들이 귀천만원 시주한 돈으로 자신들이 떵떵거리는 게 잘못된 것이지요.

절대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시절 운이 부족할 따름입니다. 못된 자식이 효자되고, 못난 자식이 부모를 지키듯 고민의 계절이 끝나면 선암사에 계신 못난, 못된(절대 좋은 의미에서 사용하는 것이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완전히 못나고, 못된 놈입니다) 스님들께서(ㅎㅎ) 가슴의 나래를 펴게 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그 어느 때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있습니다. 인류세계가 가치의 대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부처님의 대자비(= 자유, 평등, 사랑 : 서구의 기독교는 4천년전 부처님의 가르침을 2천년이 훨씬 지나서 자신들의 이념체계로 만들었음)의 정신을 다시 지피는 21세기 국사도량, 세계도량으로서 선암사를 만드는 대기초를 닦아야 할 그런 사명이 스님들의 가사장삼에 드리워 있습니다.

선원과 강원의 활성화는 너무나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에서 사상과 의식이 굳혀지고 식견이 갖춰져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 등으로 뒤틀린 우리 사회대중과 나라의 가슴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스님이 선암사에서 배출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북한의 불국토화에 대한 준비도 태고총림 선암사의 일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사도량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선암사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하여는 의식과 식견을 겸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고총림 선암사나 태고종에서 국사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몇가지 기획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을 더 우선시 하는 기운이 물질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 사회대중의 영적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변화를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짐도 스님 여러분께서 짊어지고 계십니다. 사회대중과 더불어, 가까이 가고 있는 태고종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금용스님께서 취임사에서 밝히신 어린이집 개원의 역사가 순조롭기를 기원합니다. 그 소원이 발전하여 선암사가 한국 어린이 불교의 요람이 되고, 태고종이 미래불교 부흥의 주역으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주제 넘었습니다만 선암사의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널리 용서를 구합니다.

선암사와 스님 여러분의 행복을 빕니다.
또한 학인 스님들과 행자님들의 건강과 발전을 빕니다.

금용스님의 취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오며
부디 선암사에 이는 화합의 메아리가 이곳 대중생의 집합소, 서울에 까지 메아리쳤으면 좋겠습니다.

선암사의 스님 여러분과 모든 식구들
늘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십시오.